컨텐츠 바로가기

서울도시건축센터

전체메뉴펼치기
공지사항을 작성자, 제목, 작성일, 파일 로 구분한 표
작성자 scaadmin
제목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내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작성일 2020-07-31
파일 첨부파일 슬기로운도시생활_시즌1_도시는건물이사람이다.jpg

집과 일터를 벗어나 제3의 공간에서 나누는 각자의 이야기엔 어떤 힘이 있을까. 분명한 건, 그 이야기들의 총량은 대화를 함께 나눈 인원의 단순한 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자의 삶과 철학이 대화를 통해 어우러지며 쉴 새 없이 변주되어 깊이 있는 소리가 모임 내내 울려 퍼졌다. '서울도시건축센터'에서 열린 <슬기로운 도시생활>에 밍글러로 참여하며 느낀 소감을 표현하자면 이와 같았다. 

 

오늘은 그 두 번째 날로 내추럴 와이너리 '레돔(LESDOM)'을 이끄는 '신이현' 공동대표님과 그림정기구독 서비스인 '핀즐(Pinzl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필우' 님, 그리고 건강 먹거리 '인시즌(In Season)'의 공동대표 '김현정' 님과 함께 "Wellness in City : 내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라는 주제로 다 함께 대화를 나눴다. 2시간 남짓 나눈 방대한 대화와 그 속에서 얻을 수 있었던 귀한 인사이트들을 이 짧은 글에 녹여내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 나와 같은 밍글러로 살롱에 참여한 '조수민' 님과 나눈 대화를 통해 보다 진솔하면서도 생생한 후기를 나누고자 했다. 살롱에 참여했던 일원이자 본 행사에 기대감을 갖고 함께하기를 희망한 지원자로의 역할, 그 모두를 담아봤다.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1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2

 


이의성(이하 '이'): 안녕하세요, 수민 님. 어제에 이어 오늘 <슬기로운 도시생활>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모임을 가졌는데요, 결론적으로 대화에 대한 소감이 어떠셨나요?

 

조수민(이하 '조'):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지만, 마냥 좋다고 하면 되레 할 말 없어서 적당히 좋다고 둘러대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그래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마냥 좋았다고 밖에요.

 

이: 보통 이런 형식의 살롱에 참여할 때 느끼는 거지만, 다들 각자의 분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기에 패널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좋은 반면 합과 시너지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경우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기대감과 함께 우려의 마음도 들었는데, 걱정이 무색할 만큼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조: 서두에서 패널 각자가 자기 소개와 함께 지금 하고 계신 업에 대한 철학을 설명해 주실 때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이 있었는데요. 김현정 님께서 말씀해 주신 생산자 입장에서의 제철과 소비자 입장에서의 제철을 설명하신 대목이 특히 좋았습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제철이란 건, 생산자 입장에서의 제철이잖아요. 

 

오미자의 경우 생산의 제철은 9~10월이지만, 실제로 오미자를 소비하는 입장에선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오미자를 떠올린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제철의 오미자는 떫은 맛이 강해서 오히려 가공된 오미자가 먹기 좋다는 말씀은 제철 음식을 도시적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기회였어요. 제철에 나는 것을 바로바로 먹기 힘든 도시생활이 오히려 제철 음식을 더 다양하게 즐기도록 한 원동력이 되었다는 부분이 그야말로 신선했습니다.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3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4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5

두 패널의 손에서 태어난 잼과 와인을 모두와 함께 맛보며 잠시나마 자연을 만끽했다


이: 저도 그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또 내추럴 와이너리를 운영하시는 신이현 님의 말씀도 큰 울림이 있었는데요. 단지 와인을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와인을 만들기 위해 소용되는 토지와 땅에까지 제 의식을 확장해주신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것이 단순히 와인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도시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그 시간을 통해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휴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자연의 봉인'이라고 표현하신 것까지도요. 와인이 아직 복잡한 세계처럼 느껴지지만, 그 말씀을 듣고선 저 역시 '봉인된 자연'을 느끼고 싶어졌어요.(웃음)

 

조: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무언가를 통해 그 기억을 더 강렬하게 인식하잖아요. 젊을 적 떠났던 인도에서 우연히 경험한 다르질링 티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다르질링 티를 마실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요. 마찬가지로 내추럴 와인을 위해 자연 속에서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시는 신이현 님에겐 그야말로 내추럴 와인을 통해 자연을 만끽하시는 셈이 아닌가 싶었어요. 저 역시 기회가 돼서 농장에 직접 가본다면, 후에 와인을 마실 때마다 그때 느꼈던 자연이 고스란히 떠오르지 않을까 싶네요.

 

이: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활력을 줄 선명한 기억 한 조각을 얻으려고 말이에요. 다만,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지금 같은 시국엔 이런 모임에 참여함으로써 또 다른 의미의 선명한 기억을 얻어가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오늘 그렇게 느낀 것처럼요.(웃음)

 

조: 아무래도 각자의 분야에서 명확한 철학으로 브랜드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모였다보니,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일깨워주거나, 알고 있음에도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느낀 건, 패널분들이 저 멀리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비슷하고, 느끼는바 또한 비슷한 이들이라는 동질감도 있었어요. 그렇기에 패널분들의 이야기를 더 귀담아듣고, 그만큼 더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6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7

핀즐의 그림을 직접 준비해 모두와 나눈 남필우 디렉터의 선물에는 그가 살아가는 도시의 취향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이: 맞습니다. 그런 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패널을 꼽자면 남필우 님이었는데요, 특히 삶 속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신다고 하셨던 균형과 템포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았습니다. 그 균형과 템포를 위해서 필요한 게 바로 취향이라는 점, 그리고 이 취향을 정립할 때 나의 자녀에게 유산처럼 물려줄 수 있는 취향인지 고민해보라는 말씀도요. 생각해보면 제가 지금 즐기는 취향 역시 제 기억 속 아버지의 모습에도 있는 것들이에요.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고, 더 책임감 있게 취향을 발전시켜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네요.

 

조: 책임감 하니 김현정 님께서 정의하신 인시즌의 목표가 생각나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상품보다, 책임감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하신 말씀이요.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동시에 가장 근사한 슬로건이었습니다. 너무 어깨에 힘주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뺀 것도 아닌. 마치 운동선수에게 긴장하지 말고 힘 빼고 임해야 이길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려서, 어느 분야건 힘을 빼는 게 관건이 아닌가 싶었습니다.(웃음)

 

이: 오늘 대화를 통해 느낀 감상을 말씀드리자면, <슬기로운 도시생활>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사람'과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론 지겹고 때론 삭막하며 이따금 도망치고 싶은 도시지만, 그럼에도 우린 각자 도시 속에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 때문에 사는 게 아닐까 하고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공간이라는 접점이 있어야 하는 만큼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공간에서 서로 어울리고, 또 그렇게 부대껴가며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오늘 서울도시건축센터라는 생경한 공간에서 만나게 된 것처럼요. 이 공간이 없었으면 저희가 어디서 이렇게 만날 수 있었겠나 싶은 생각, 저만 드나요?(웃음)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8

 

조: 저희 너무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이 글을 보실 분들을 위해 아쉬웠던 점 한 가지씩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직접 참여한 입장에서 이런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는 부분 혹시 있으셨나요?

 

이: 개인적으로 시간이, 그리고 아이러니하지만 공간 또한 아쉬웠어요. 이틀 모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웃음) 그리고 공간 역시 그 자체가 아쉬웠다는 말이 아니라, 이 드넓은 공간을 전부 다 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1부는 라키비움에서 하되, 2부는 라운지나 루프탑 같은 다른 공간에서 대화를 나눴다면 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분위기도 환기됨은 물론 좋은 공간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을 것 같거든요. 수민 님은 어떠셨어요?

 

조: 시간은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나누는 이야기들이 다 너무 재미있고 각자가 몰입하다 보니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절반도 채 나누지 못한 기분이 들었어요.(웃음) 시즌 2에서는 참가자의 갈증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좀 더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으면 하네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분들을 모시고 나누는 대화이다 보니 앞으로는 분명 그 열기를 감안하셔야 될 것 같아요.

 

이: 마지막으로 오늘 모임 후기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서 수민 님께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조: 약간 올드한 표현이지만, 이렇게 정의하고 싶네요. '도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웃음).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을 보면 각자의 모양과 사는 방식은 다를지 몰라도 지향점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나누는 대화엔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분들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잔잔한 대화 속에서 나의 현재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가늠해보는 귀한 시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의성 님은요?

 

이: 저는 이번 모임에서 나눴던 대화를 통해 '도시는 건물이 아니다. 사람이다.'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저는 도시를 생각할 때 무의식적으로 빼곡한 빌딩과 고층 건물을 상상하거든요. 그런데 결국 제가 도시에 살고 싶은 이유를 더듬어 보면, 결국 '사람'이더라고요. 도시에 살면서 사람들로 인해 힘든 부분은 분명 있지만 그걸 감내할 수 있는 이유가 또 사람이라는 건, 뭐랄까 아이러니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싶어요. 도시와 공간은 사람 간의 연결을 위한 장치이자 도구라는 생각도 들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 장치를 통해 오늘의 모임이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에요.

 

조: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 의미로 다양한 공간들에서 이런 다양한 모임이 다채롭게 열렸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시국도 어서 끝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요.

 

이: 오늘 이렇게 함께 행사에 참여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부디 다음번 모임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분이 참여하셔서 저희와 비슷한, 혹은 더 많은 영감과 에너지를 받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후기 또한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오늘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조: 수고하셨습니다.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9

[슬기로운 도시생활] 두 번째 대화 사진10

 

 

열띤 이야기의 말미에 'favorite' 매거진의 '김남우' 편집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나는 산책을 좋아하지만, 아무도 없는 산길을 좋아하진 않노라고'. 산책하다 누군가 마주쳤으면, 마음 맞는 어느 이와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으로 스스럼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실은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잘 안다. 집 앞에 새로 생긴 편의점에 기분이 날아갈 듯한 나는 영락없는 도시인이다. 다만 진정으로 필요한 건, 그 편의점에서 함께 밤늦게까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이 아닐까. 그것이 이번 대화 살롱을 통해 내가 정의한 '슬기로운 도시생활'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었다. 도시 어디에나 있는 편의점이지만, 함께 마음 나누고 만나면 반가울 이는 어디에나 있지 않으니 말이다.

 

'함께하는 이'로 느끼는 도시의 소중함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그러나 그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느냐는 개개인의 선택과 영민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간극을 메꿀 슬기로운 방법이란 과연 뭘까. 이번 <슬기로운 도시생활>을 통해 느낀바, 나는 '함께 하는 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각박한 도시 생활로 인해 파편화된 인간관계를 고민하지만, 도시에 두 발 딛고 사는 한 우린 서로 연대해야만 한다고 말이다. 앞으로 누군갈 만나거들랑 나는 묻고 싶다. '슬기로운 도시생활'을 위해 필요한 게 과연 뭐라고 생각하시느냐고.

 

그 해답이 부디 사람이길 바란다. 더불어 나에게 편의점이 그런 공간이듯, 당신에겐 어떤 공간이냐고도 묻고 싶다. 그런 이와 함께 편의점에서 밤늦도록 이야기 나누고 싶다.